전시 | Intersect : TURANDOT Nessun Dorma 미디어 파사드 페스티벌

Intersect : TURANDOT Nessun Dorma

미디어 파사드 페스티벌

기간 : 2016년 8월 27일~28일

장소 : 양평 Castle Assisi

유난히 무더웠던 2016년 여름이 끝나갈 무렵, 양평에서 개최된 ‘미디어 파사드 페스티벌’에서 Intersect : TURANDOT Nessun Dorma라는 작품을 상영했습니다. 이 작품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푸치니Puccini가 작곡한 오페라 투란도트Turandot의 유명한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를 배경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특히 스토리텔링에 중점을 두어 제작했는데, 영상이 비춰지는 공간적 배경을 고려하여 만들어졌습니다.

미디어 파사드Media Facade는 건축물 외면의 중심을 가리키는 파사드에 LED조명이나 프로젝터를 설치해 미디어의 기능을 구현함으로써, 건축물을 정보 전달의 매체로 사용하는 디지털 사이니지의 한 분야입니다. 건축물을 매체로 사용하므로 건축물의 상징성이나 고유한 형태를 고려하여 제작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이 작품은 건축물의 성격에 맞는 음악과 이야기를 선정하여 건축물의 의미를 더욱 잘 살릴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이 작품이 상영된 건축물은 ‘캐슬 아씨시Castle Assisi’라는 호텔의 성당입니다. 이탈리아 중부의 도시인 아씨시에 있는 성 프란체스코 성당의 모습을 본따서 만들어졌습니다. 건물을 지을 때 이탈리아산 건축자재를 사용해 마치 실제로 이탈리아에 있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이처럼 건축물이 가진 특별한 성격을 고려해 이탈리아와 관련되면서도 결혼식이 열리는 성당의 맥락에 어울리는 음악과 이야기를 담기로 했습니다. 이때 자연스럽게 떠오른 아이디어는 이탈리아 작곡가인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였습니다.

푸치니는 이탈리아인이지만 투란도트 뿐만 아니라 나비부인과 같이 동양적인 소재를 활용한 곡들을 작곡했습니다. 투란도트는 중국의 공주가 자신이 낸 수수께끼를 모두 맞춘 타타르의 왕자와 결국 인연을 맺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푸치니의 오페라 중에서 드물게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작품이지요. 칼라프 왕자가 부르는 ‘공주는 잠 못 이루고’라는 곡은 투란도트 공주에게 다음 해가 뜰 때까지 자신의 이름을 맞춰보라는 수수께끼를 낸 뒤 밤을 지새우며 자신의 승리를 다짐하는 내용입니다. 결혼식이 열리는 성당에서 해가 진 늦저녁부터 열리는 미디어 파사드 페스티벌에 더이상 잘 어울릴 수 없는 이야기이지요.

이처럼 이탈리아라는 서양의 배경과 중국이라는 동양의 배경이 한국에 있는 작은 도시에서 이탈리아 도시를 컨셉으로 지어진 건축물을 배경으로 해서 서로 엇갈리듯 만나는 상황이 흥미롭습니다. 또한 한 세기 전에 수천년 전의 전설의 시대를 배경으로 작곡된 음악을 다음 세기에 디지털 기술을 통해 시각적으로 재탄생시키는 작업도 재미있고 말이죠. 해가 진 뒤 새벽을 기다리며 노래하는 주인공 칼라프 왕자가 마찬가지로 해가 진 뒤 상영되는 미디어 파사드의 영상에서 자신의 노래를 들려주는 상황도 잘 맞아떨어집니다. 이와 같이 공간적, 시간적 맥락이 서로 교차하면서 본래의 이야기가 더욱 풍성하게 느껴집니다.

이 작품은 이렇게 실제와 가상,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 시간과 공간이 마치 씨줄과 날줄처럼 서로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하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마치 해가 지면서 가상 세계의 성 안으로 들어가 한바탕 꿈을 꾸고 다시 해가 뜨면서 잠에서 깨어 현실 세계로 빠져나오듯이 말입니다. 작품의 제목인 Intersect : TURANDOT Nessun Dorma는 이처럼 다양한 맥락이 교차하는 이야기가 담겨있음을 암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