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팀랩 월드 서울 Team Lab World Seoul

September 15, 2016

팀랩 월드 Team Lab World Seoul

디지털 아트로 만든 테마파크 그리고 감각의 핵심

 

 

일본의 디지털 아트 그룹인 팀랩 TeamLab이 2016년 8월 5일 서울에 상설전시관을 열었습니다. 팀랩월드 TeamLab World라는 이름으로 잠실 롯데월드에서 전시 중입니다. 팀랩의 작품을 서울에서 직접 볼 수 있다니 부푼 기대를 안고 전시를 보러 갔습니다.

 

팀랩 월드 서울 2016

 

팀랩 월드로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게이트 양 옆으로 고래가 헤엄치고 있습니다. 이 보라빛 고래는 앞으로 전시장 내부에서도 마주칠 수 있는 마스코트 같은 존재입니다. 왠지 모르게 고래는 단순히 동물 이상의 신비감을 주는 상징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인간의 스케일을 훌쩍 뛰어넘는 거대한 크기와 깊은 바다 속에서 살며 유유히 물살을 가르는 여유로운 모습 때문일까요. 어두운 공간의 벽을 헤엄치는 고래들을 보니 마치 심해의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팀랩 월드 입구

 

 

팀랩 월드의 로고가 그려진 벽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팀랩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나옵니다. 팀랩은 2001년에 결성된 디지털 아트 그룹으로, 현대 디지털 기반 사회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및 예술가가 모여 결성한 아티스트 그룹입니다. 그들은 스스로를 ‘울트라 테크놀로지스트(Ultra- technologists)’라 부르며 예술, 과학, 기술, 창작의 균형 잡힌 조화를 추구한다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그들은 추구하는 목표를 이룬 것 같습니다. 작품들은 기술적으로도 완성도가 높지만 감상하면서 기술을 의식하게 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기술은 잠시 잊어버린 채 아름답고 환상적인 비주얼에 빠져들어 한참동안 공간 속을 휘젓고 다니게 되지요.

 

팀랩. 2001년 결성된 디지털 아트 그룹.

 

전시장 안으로 들어오면 처음으로 관객을 맞이하는 작품입니다. 어두운 방 전체를 꽉 채운 꽃밭의 물결에 잠시 넋을 잃은 채 바라보게 됩니다. 이 방에서는 3가지 작품을 함께 만날 수 있습니다. 첫째는 방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는 ‘꽃과 사람, 통제할 수 없지만 함께 살아갈 수 있는 — 1년에 1년을’입니다. 둘째는 한쪽 벽면에 걸린 스크린에 보이는 ‘증식하는 생명II, 1년에 1년을, 다크’입니다. 셋째는 발견하기 쉽지 않은데, 스크린 안팎으로 넘나드는 ‘경계없는 군집(무리를 지어 나는 나비)’입니다.

 

꽃과 사람, 통제할 수 없지만 함께 살아갈 수 있는 - 1년에 1년을

 

방안을 걸어다니다가 한 곳에 머무르게 되면 발 밑에서 꽃밭이 피어오릅니다. 한참 피어오르던 꽃들은 시간이 흐르면 다시 흩어져 사라지고요. 벽을 만져도 꽃들이 반응해서 피어오르다가 시들어 사라집니다. 마치 모네의 그림 속에 직접 들어가서 거닐어보면 틀림없이 이런 느낌일 것 같습니다. 전시장에 들어와 제일 처음 보게 되는 작품인데다가 매우 몰입감이 있어서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앞으로 살펴볼 작품들에 더욱 기대감을 갖게 되죠.

 

 꽃과 사람, 통제할 수 없지만 함께 살아갈 수 있는 — 1년에 1년을

 

자세히 보면 벽에 걸린 스크린에 보이는 작품은 조금 성격이 다른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나무와 꽃잎, 나뭇잎들이 관객에게 반응하며 끊임없이 자라났다가 다시 사라지고 다시 자라남을 반복합니다. ‘꽃과 사람'은 서양의 감성에 좀더 가깝다면, ‘증식하는 생명'은 좀더 동양의 감성, 엄밀히 말하면 일본의 전통회화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수천개의 꽃잎 하나하나까지 정밀하게 렌더링되면서도 아주 매끄럽고 부드럽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비로소 기술의 존재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됩니다.

 

 증식하는 생명 II- 1년에 1년을, 다크

 

자세히 들여다보아도 작은 디테일 하나도 부족함이 없이 높은 완성도를 구현한 것을 볼 수 있네요. ‘경계없는 군집'을 이루는 스크린 주위를 날아다니는 나비들은 스크린 안으로 들어와서 날다가도 어느 순간 스크린 밖으로 나가서 날다가 사라집니다. 프로젝션 맵핑으로 방 전체를 비추는 꽃들과 스크린에 보이는 나비들은 엄연히 다른 프로그램일텐데 전혀 어색함이나 끊김을 느낄 수 없이 자연스럽게 경계를 넘나들며 날아다닙니다. 높은 기술적 완성도를 구현하면서도 전혀 기술을 의식하지 않게 하는 예술성이라는 의도를 바로 이런 곳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경계없는 군집(무리를 지어 나는 나비)

 

이 3개의 작품으로 이루어진 방을 거닐면서 떠오른 이미지가 있었습니다. 인상주의 화가 모네의 ‘수련'이었습니다. 모네는 지베르니 정원을 소재로 한 그림을 많이 남겼습니다. 인상주의 화풍이 주는 ‘인상'은 작가의 주관적인 느낌을 반영합니다. 같은 정원, 같은 연못이라도 그날의 햇빛에 따라, 화가의 기분에 따라, 다른 인상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그렇기에 같은 장소에서 그려도 결코 같은 그림이 나오지 않습니다. 팀랩의 ‘꽃과 사람'에서도 이미지는 결코 이전과 같은 모습으로 보이는 법이 없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관객의 반응에 따라, 그때 그곳의 상태를 보여줄 뿐입니다.

모네의 그림에서 하나하나의 꽃은 사실적으로 묘사되지 않고, 몇번의 붓질로 표현되어 정확히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팀랩의 ‘꽃과 사람'을 비롯한 작품에서는 가까이 보면 꽃잎 하나하나가 흔들리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멀리 보면 꽃들이 뭉쳐 나타나는 전체적인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한 순간의 상태만을 포착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에 따라 꽃이 피고 지는 모습을 모두 볼 수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 덕분에 가능한 표현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고 해서 반드시 더 좋은 것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모네가 포착한 찰나의 순간이 남긴 인상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그 찰나로 인해 가치가 있는 것이니까요.

 

클로드 모네 - 지베르니 정원의 사잇길, 수련, 아이리스가 있는 정원

 

두번째로 만나볼 작품은 바다 속 풍경으로 옮겨갑니다. ‘스케치 아쿠아리움’이라는 작품입니다. 두 개의 벽을 가득 채운 커다란 아쿠아리움 앞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고 종이와 크레용이 준비되어있습니다. 거북이, 문어, 해마, 상어 등 여러 가지 바다생물 모양이 그려진 종이를 골라서 원하는 색을 칠할 수 있습니다. 열심히 색칠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처럼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신나게 그림을 그리고 있네요. 종이에 색칠을 한 뒤 스크린 왼쪽에 놓인 스캐너에 바로 스캔을 하면 몇 초 만에 스크린 속으로 내가 그린 물고기가 들어와 헤엄을 치기 시작합니다.

 

 스케치 아쿠아리움

 

세상에 단 한 마리밖에 없는 문어들이 보이네요. 사람 얼굴을 가진 문어도 있고, 요즘 한참 인기를 끌고 있는 캐릭터 라이언의 얼굴을 가진 문어도 있습니다. 점박이 무늬 문어도 있고 체크 무늬 오징어도 있습니다. 한 사람이 그렸다면 나오기 힘들 각양각색의 아이디어들이 바다 한가득 헤엄치고 있네요. 관객 참여형 작품은 작가가 만든 부분과 관객이 만든 부분을 자연스럽게 조화시키는 것이 어려운 일인데, 스케치 아쿠아리움은 이 부분의 균형을 잘 맞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색칠공부를 하듯 크레용을 들고 물고기를 그리는 것도 재미있고, 내가 그린 물고기가 살아움직이는 것을 보며 즐거워하고, 다른 사람들이 그린 물고기들을 보며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에 웃음을 터뜨리기도 합니다. 참 유쾌한 작품입니다.

 

스케치 아쿠아리움

 

바로 옆으로 이동하면 세번째 작품이 보입니다. 환상적인 분위기가 가득한 ‘아직 신들이 곳곳에 머물러 있을 무렵의 이야기’입니다. 해와 달, 산과 나무, 말과 코끼리가 움직이는 사이로 상형문자들이 천천히 내려오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상형문자를 손으로 건드리면 문자가 해당 이미지로 바뀝니다. 산 모양의 상형문자를 건드리면 진짜 산 모양이 나타납니다. 산도, 나무도, 강도, 불도, 관객이 직접 만들어내고, 다른 사람들이 만드는 이야기들이 우연히 겹치면서 이야기가 만들어집니다. 텍스트로 쓰인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지로 쓰인 이야기이고, 정해진 결말도 없고 치밀한 복선도 없고,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하는 내 맘대로식 이야기입니다. 뭐 어떻습니까. 각자의 마음 속에 있는 이야기가 모두 원본인 걸요.

 

아직 신들이 곳곳에 머물러 있을 무렵의 이야기

 

계단을 내려오면 네번째 작품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커다란 공들을 만나게 됩니다. ‘라이트볼 오케스트라’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공을 굴려서 다른 공에 부딪치면 색이 바뀌고 공들이 서로 연달아 부딪치면서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듯 공들이 반짝반짝 빛나는 패턴을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공 사이로 뛰어다니며 공을 굴려대기 바쁘고, 연인들은 공을 하트 모양으로 배치해서 기념 사진을 찍습니다. 예술작품을 감상한다기보다는 동네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분위기입니다.

 

라이트볼 오케스트라

 

맞은 편에 ‘그래피티 네이쳐’라는 다섯번째 작품이 보입니다. 관객이 그린 악어, 개구리 등의 동물이 바닥 위를 기어다니고 관객의 동선을 따라 꽃들이 피어납니다. 생태계의 먹이사슬처럼 악어가 개구리를 잡아먹기도 하고 동물들이 이동한 궤적이 긴 흔적을 남깁니다. 벽 위를 헤엄치던 고래가 갑자기 발 밑으로 내려와 헤엄치기도 하고요. ‘꽃과 사람'의 관객에게 반응하는 꽃들과 ‘스케치 아쿠아리움'의 화면 속에 살아움직이는 종이 동물들, 그리고 입구에서 본 고래가 한꺼번에 등장하는 종합편을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그래피티 네이쳐

 

옆 칸으로 이동하면 좀더 아기자기한 분위기의 작품들이 있습니다. 여섯번째 작품은 ‘꼬마요정이 사는 테이블’이라는 아주 귀여운 인터랙션 작품입니다. 테이블 주변을 빙글빙글 돌고있는 꼬마요정을 테이블 위의 오브제나 손을 이용해서 움직일 수 있습니다. 비도 오고 해도 비추고 별 폭죽이 터지기도 합니다. 아주 귀엽고 사랑스러운 작품입니다. 꼬마요정들과 더 놀고 싶지만, 아직 볼 것이 많이 남아있으니 다음으로 넘어가야겠습니다.

 

꼬마요정이 사는 테이블

 

바로 옆에는 일곱번째 작품으로 ‘이어보자! 나무블록 열차’를 만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사각형의 긴 테이블 위에 놓인 큐브를 움직이면 큐브 사이로 길이 생기고 교통수단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됩니다. 도로에는 자동차가, 철도에는 기차가, 수로에는 배가 움직입니다. 내가 만든 도로를 다른 사람이 큐브를 움직여 없앨 수도 있고 더 길게 늘릴 수도 있고 새로운 길을 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협동을 통해 마을 하나를 만들 수 있는 것이죠.

 

이어보자! 나무블록 열차